
예전에 스타리그가 열리는 날이면 후배들이 방에 먹을 걸 들고 찾아와서 경기를 보곤 했다. 스타나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없던 나는 옆에서 구경만 했는데 그때는 그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스타가 여성들에게도 인기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고 프로게이머를 열렬하게 응원하는 모습도 그때 처음 봤다. 응원하는 선수가 등장하거나 역전할 때면 후배들은 방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홍진호는 지니어스 2를 떠나며 자신이 잊고 있던 승부욕, 투지, 자신이 해야 할 일들, 팬들까지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니어스 1을 보면서 팬이 됐고 2를 보면서 홍진호를 응원했다.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 룰을 뒤집는 발상, 오픈 패스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홍진호는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지니어스에서 마지막 소감까지 듣고 나니 후배들이 스타리그와 프로게이머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콩과 동시대를 살면서 어째서 스타리그를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응답하라 1997에 이어 1994까지 흥행시킨 tvn이 프로게이머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 홍진호와 임요환의 악연, 삼연벙 같은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고 마주작으로 리그가 박살나는 사건까지 팬들한테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많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세대의 큰 사건들을 일부러 돌아보지 않아도 스타리그의 소재와 시기 자체가 지금 20, 30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매니악하다면 매니악한 소재지만 요즘 나오는 드라마들 보면 차라리 더 친근한 소재 아닌가도 싶고.
억측일 수도 있지만 지니어스 내에서 비주류였던 홍진호는 우리에게 주류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감정이입했나 싶기도 하고. 홍진호와 그들이 보여줬던 리그와 승부는 스타판에서 벌어진 작지만 큰 드라마였다. 스타리그를 계속 지켰던 팬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시 돌아와서 반가웠을 테고 뒤늦게 접한 사람들은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에 환호를 보냈을 거다. 그들이 있는 드라마. 어떤 형태로든 다시 봤으면 좋겠다.
지니어스를 떠나는 홍진호가 아쉽기도 하지만 후련한 부분도 있다.




덧글
힐름엔비어 2014/01/20 08:49 # 삭제 답글
Hyu 2014/01/21 02:07 #
아니스 2014/01/20 09:07 # 답글
음유시인 2014/01/20 15:46 #
Hyu 2014/01/21 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