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 - 당신들의 학교 Movie



학교 2013 (KBS2, 2012.12.03~2013.01.28)

학교 2013은 학생인권조례 이후의 학교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추락한 교권과 난폭해진 학생들, 압박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학원폭력문제, 동성 간의 갈등까지 누구나 한번씩 겪었을 문제들을 흥미로운 사건과 함께 풀어놓는다.

다른 학교 드라마와 다르게 동성 간의 갈등을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이게 영화 '파수꾼'처럼 동성 친구 사이의 계급관계를 폭로하기보다는 여성작가 시선에서 남학생들의 우정을 왜곡해서 표현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최근 이런 BL 코드가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팬들 입장에서는 과거 음지에서 즐기던 문화를 이렇게 공중파에서 접할 수 있으니 스스로 격세시감이라고 느끼며 음험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헐리웃 영화를 보고 자란 헐리웃키드들이 영화계 세대교체를 이끈 거처럼 동인지를 보고 자란 서코키드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정을 비틀어서 묘사하는 걸 동인 문화에만 귀속 시킬 순 없고 이걸 BL 코드라고 잘라서 말할 수도 없겠지만.

남학생 사이의 우정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긴 하지만 드라마는 이쪽으로 거부감을 느낄 틈이 없을 만큼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에피소드 사이의 호흡도 좋고 다음 편을 안 보면 왠지 버틸 수가 없을 거 같고 지루한 순간은 드라마 속의 선생들이 긴 대사를 읊을 때뿐이다. 이종석은 학교 2013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연기는 아직 미흡하지만 김우빈도 독특한 매력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은 건 이종석과 김우빈이고 그다음 좋은 건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다는 거다. 재미를 위해 사용되는 흐름이나 연출들이, 이런 걸 기술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기술들이 정말 좋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13년의 학교를 설명하면서고 그 갈등의 고리를 푸는 방식은 아직 학생인권조례 이전의 시절에 머물러있다는 거다. 더 이상 선생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없는데도 오직 선생의 진심과 노력에만 매달리고 학생들은 그 진심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어림도 없다. 이상적인 소망이 한번은 통할 수 있지만 매번 이 난항을 겪으며 학생들과 소통을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기에는 선생들 개인이 감당할 감정적 채무는 너무도 무겁다. 드라마 역시 이점을 인정하고 학생과 선생이 서로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열심히 설명하지만 결과는 결국 이쪽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학교가 이만큼 바뀌었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생각은 하나도 안 변했다는 걸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설명하려면 선생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서 감동을 주기보단 아예 관심을 놓아버린 학생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여기서는 학생과 선생 모두 얻는 게 있겠지만 열정이 넘치는 교사의 활약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건질만한 내용은 아닌 거 같다. 되려 학생들 개인을 너무 우습게 봐서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게 아닌가도 싶고.

연애 하지 말라는 드라마에서는 어떻게든 연애를 하더니 여기서는 죽어도 연애를 안 한다. 이것도 위에서 말한 기술의 하나라면 할 말 없지만 정작 연애를 하랄 때는 죽어도 안하고 되려 이상한데서 동성끼리 불꽃이 튄다.

남학생 사이의 우정을 왜곡해서 표현했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전재가 틀렸을지도. 우정이 아니고 아예 다른 거였다면 이 드라마에 연애가 안 나오는 이유가 설명도 된다. 하지만 아닐거야(..) 그냥 주인공들이 같은 또래 여학생들보다 엄청 둔감하다고 생각 중.

극본의 이현주 작가는 KBS 드라마스폐셜에서 '보통의 연애'를 쓰기도 했다.

"어른들 눈에는 쉬워 보이나봐요. 애들 문제는 다."

드라마 속 강주의 대사. 이제는 선생님들의 간섭이 빠진 학교 드라마가 진짜 학교 드라마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포효하는 박흥수 전용 바탕화면.jpg

덧글

  • realove 2013/07/14 09:59 # 답글

    워낙 출연진들 다 좋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서 다른 문젠 별로 생각을 안 해봤네요... 여성 입장의 한계일지.... 암튼 재미있었던 드라마~^^
  • Hyu 2013/07/14 12:34 #

    전 보면서 요즘은 교복도 참 예쁘게 나오는구나란 생각을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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